불량탐정리로드 군용 로카티, 왜 민간인이 열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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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5-09-01 06:32본문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등판에 ‘KOREA ARMY’라는 큼직한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10·20세대의 모습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생긴 오해였다. 문제의 주인공은 육군 티셔츠, 일명 ‘로카티’다.
PX 패션, 거리로 나오다
로카티는 원래 군 장병 납품용으로 제작된 티셔츠다. 앞면 왼쪽 가슴에는 육군을 의미하는 ‘R.O.K.A(Republic Of Korea Army)’ 로고가, 오른쪽 소매와 등판에는 각각 태극기와 ‘KOREA ARMY’ 글씨가 자리한다. 육군 외에도 공군의 ‘로카프티(R.O.K.A.F, Republic Of Korea Air Force)’, 해군의 ‘로큰티(R.O.K.N, Republic Of Korea Navy)’가 존재한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흡습·속건 기능이 뛰어난 쿨맥스 소재로 만들어져 시원하고, 네크라인과 소매 끝단을 강화한 마감 처리 덕분에 오래 입어도 형태가 변형되지 않는다. 또한 1만원 초반대의 합리적인 가격과 간결한 디자인에 군필자에게는 ‘제대 후에도 찾게 되는 편한 티셔츠’로 꼽힌다.
믿고 입을 수 있는 근무복이자 추억이 깃든 상징물로 각인된 로카티는 검증된 티셔츠였다. 이런 신뢰감은 자연스럽게 부대를 넘어 일상으로 이어졌다. 외출용 군 가방인 출타 가방, 초록색 슬리퍼와 함께 ‘곰신(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연인)들의 필수품’으로 스며들었고, 군 복무 중인 가족을 둔 민간인 사이에서도 ‘실용적인 PX 기념품’으로 인식됐다.
이어 SNS를 통해 아이돌 멤버들의 사복 패션으로 존재감을 넓힌 로카티는, 군용 티셔츠라는 본래 의미를 넘어 하나의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BTS 팬덤 ‘아미(ARMY)’와 이름이 맞물리며 일부 팬들은 응원 굿즈처럼 소비하는 재미까지 붙였다.
정품의 희소성, 가치를 높이다
로카티의 매력은 군용 특유의 깔끔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일상복처럼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어 젠지 세대 사이 ‘일상 속 유니폼’으로 불린다.
20·30세대는 청바지, 조거 팬츠, 운동복, 스니커즈 등 기본 아이템과 매치해 편안하면서도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SNS에는 ‘#로카티코디’ 해시태그와 함께 착용샷과 스타일링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생활 밀착형 아이템’으로 구매를 이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10대 학생들도 교복 위에 레이어드하거나 동아리·체육대회 단체복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개성과 소속감을 살리면서 활동성을 해치지 않고, 군용 문구와 태극기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애국심까지 담아 만족도가 높다.
폭넓게 사랑받는 ‘핫템’이지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다. 현재 로카티는 국군복지단 입찰을 통과한 업체에서 제작돼 PX에서만 제한적으로 판매된다. 다만 ‘R.O.K.A’ 문구는 공적 성격을 띠어 상표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시중에는 유사 디자인 사제품이 다수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정품 로카티를 소유하는 경험은 단순한 티셔츠 소비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선영 패션평론가는 “‘진짜 밀리터리 룩’이라는 정체성과 제한된 유통이 패션적 가치와 개성을 충족시킨다”며 “특히 사제품과 구별되는 정품이 가진 맥락은 젠지 세대가 중요시하는 ‘진정성’과 맞물려 사회적 상징으로도 기능한다”고 분석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건희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은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 당시 포기 서약을 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우위의 국회 의석 구도에서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이 지난 28일 오후 통일교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권 의원은 그날 밤 페이스북에 “실로 부당한 정치 표적 수사다. 그럼에도 저는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며 “과거에도 내려놓았듯 이번에도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에 “우리는 민주당과 다르다는 점을 국민께 분명히 보여줍시다”라고 했다.
권 의원의 헌법상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는 특검의 “야당 탄압”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명분이 깔려있지만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과 지난해 총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국민의힘이 추진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권 의원이 불체포특권에 기대면 말 바꾸기 논란이 일고 이 대통령의 ‘재판 중지’ 사법리스크를 비판할 구실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불체포특권을 호소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국회 107석 국민의힘이 180여석을 보유한 민주당 등 범여권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혐의 내용에 따라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온 점도 부담이다.
권 의원이 “문재인 정권 때도 같은 방식으로 저를 기소했지만, 결국 대법원 무죄 판결로 결백을 입증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에서 자신감도 읽힌다. 그는 2018년 강원랜드 채용 청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불구속 결정을 받아낸 경험이 있다. 법원이 지난 27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내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상황도 권 의원의 불구속 기대감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권 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장동혁 대표는 29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연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권 의원이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처리해달라는 뜻으로 보이는데 받아들일 건가’라는 질문에 “당에서는 그 뜻을 최대한 존중해드리겠다”고 답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보여준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당당하고 의연하게 이 과정들을 헤쳐나가고, 결국 정치검찰의 무도한 수사였다는 것을 당당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이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을 시작으로 향후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유사한 이유로 불체포특권 포기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 채상병 특검은 각각 국민의힘 의원 여럿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과 임종득 의원은 각각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추경호 의원은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고 했다는 의혹으로 내란 특검팀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폐업자 수 2년 연속 90만명 상회…작년 부산·울산 감소폭 가장 커“업종 과밀·인구 감소 등 영향…업종 전환 교육·자금 지원 등 필요”
최근 2년 연속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9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자 수는 늘고 창업자 수는 빠르게 줄면서 지난해 창업자 수에서 폐업자 수를 뺀 순창업자 수가 5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울산과 부산 등 영남 지역에서 순창업자 수가 대폭 감소했다.
2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20년 폐업한 개인사업자 수는 82만8000명이었으나 지난해엔 92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2023년(91만1000명)에 이어 2년 연속 90만명을 웃돈 것이다. 같은 기간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는 136만6000명에서 108만6000명으로 감소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대부분 지역에서 창업이 줄었다. 울산(-10%), 부산(-9.6%)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6.2%), 경기(-3.6%), 인천(-4.9%) 등 수도권 지역도 전년보다 창업이 감소했다. 17개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전북만 1년 전보다 창업자가 1.7% 늘었다.
폐업은 경기(5.9%)와 세종(4.5%), 대전(3.7%) 등에서 많았다.
이들 지역은 자영업 과밀 상태에서 지역 경제성장이 부진해지면서 폐업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예정처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순창업자 수는 지난해 16만1000명으로 2020년(53만8000명)과 비교해 불과 5년 만에 70.1% 줄어들었다. 순창업자 수는 울산(-82.0%), 부산(-64.2%), 대구(-48.6%)에서 크게 줄어드는 등 영남 지역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예정처는 지역 경제성장이 가계 소득을 높여 매출을 증대시키면서 폐업을 줄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인건비·임대료·대출이자 비용 등 고정비 부담이 폐업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예정처 분석 결과, 인구당 업체 수가 많아질수록 경쟁이 심화해 자영업자의 폐업 위험도는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당 업체 수는 인구가 감소하거나 사업체가 증가할 경우 늘어난다. 최근 3년간 특별시·광역시는 인구당 업체 수는 감소했지만, 지방은 오히려 늘었다.
반면 지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폐업 위험도는 1.13%포인트 감소했다. 지역 경제성장률이 높아질수록 가계 소득이 늘어나 소비를 촉진해 자영업자의 폐업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종사자 수 역시 1명 증가하면 폐업 위험도는 5.02% 감소했다. 예정처는 “종사자 수의 증가는 비용의 효율성을 높여 폐업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은영 예정처 산업자원분석과 분석관은 “지역 내 과도한 경쟁 완화를 위해 상권 정보시스템과 사업 전환 및 업종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유망·특화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컨설팅, 기술 교육, 자금 지원 등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전의 약속이 이번 여름을 애틋하고 뜨거운 낭만으로 달구었다. 지난 8월22일, KBS2는 2022년 종영했던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3일>)의 특별판 ‘어바웃 타임-10년 전으로의 여행’을 방영했다. 이 특별편은 편성 당시부터 큰 화제였고 업로드된 지 이틀 만에 200만 뷰를 넘길 만큼 관심을 받았다. 2015년 <다큐3일>의 ‘내일로 기차여행 72시간’ 편을 촬영하던 이지원 카메라 감독은 안동역에서 만난 대학생 두 명과 즉흥적으로 약속한다. “10년 후 이 시간,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당시에는 아득하게만 느껴졌을 10년 후는 2025년 8월15일 오전 7시48분. 몇 년 전부터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이들이 유튜브 댓글난에 자신의 근황을 전하며 약속을 상기하더니, 올해 7월 카메라 감독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대국민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다큐3일>의 특별판은 이 재회를 향해 가는 72시간의 여정을 담았다. 카메라 감독은 서울역에서 2025년의 떠남과 설렘을 간직한 청년들을 인터뷰하고, 이 약속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구 안동역을 향해 간다. <다큐3일>의 재회가 이토록 화제였던 이유는 그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낭만,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부재하기에 더 아름다운 역설인 노스탤지어의 두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노스탤지어’는 노스토스(nostos·귀향)과 알고스(algos·고통)를 조합한 단어로 지리적 단절로 인해 심리적 장애가 발생하는 의학적 질병을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향수병’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 수도 있겠다. 산업화 이후에는 개인이 나고 자란 장소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소외감과 단절감을 느끼고, 과거를 상실 이전의 이상적 존재로 상상하게 되었다. 인문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인간이 특정 장소에 애정과 친숙함,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을 ‘장소애(場所愛·Topophillia)라고 명명했는데, 에드워드 렐프는 현대를 이러한 장소애를 느낄 곳을 박탈 당한 ‘장소 상실(placelessness)’의 사회로 보았다. 애착이나 개인의 역사, 특색이 없는 곳은 매일 오가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는 무장소(無場所)다. 장소는 반드시 물리적인 위치가 존재하는 곳뿐만 아니라 심상적 공간까지 포함한다. 장소를 상실한 채 무장소에서 부유하는 이들은 장소 상실 이전을 그리워한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유년 시절의 놀이터나 할머니집, 공동체 간의 정과 교류가 남아 있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클리셰가 바로 노스탤지어에 속한다.
<다큐3일>의 낭만은 두 갈래로 흐른다. 하나는 10년 전의 우연한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진심이다. ‘낭만이 사라진 요즘’과는 다르다는 노스탤지어가 약속 성사의 기대치를 높인다. 10년 전이라 출연자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어쨌든 과거이기에 지금보다 약속의 무게가 무거울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청춘과 패기에 대한 그리움이다. 개인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에서 모두. 10년 전의 72시간을 담은 <다큐3일>의 기차여행 편에는 자신의 지나온 시절을 회고하며 향수에 젖는 댓글이 가득하다. 영상 속 시간은 2015년이지만 영상이 환기하는 정서는 대번에 시청자를 20대였던 시절로 데려간다. 청년들에게 판매하는 내일로 기차여행 상품의 특성상, 출연자는 모두 20대고 기차의 바닥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 이 모습은 어쩐지 실제보다 더 오래된 과거 같다는 인상을 남긴다. “여행은 심장이 떨릴 때 가는 거다” 같은 말을 외치거나 친구와 옷을 맞춰 입고, 20대 초반의 연애에서 먼 미래를 상상하고, 낯선 사람에게 기꺼이 만두를 나눠 주는 모습은 2025년 청춘의 초상으로 제시되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모습과 조금 달라 보인다. 실제로 어떻든, 그런 ‘느낌’을 준다. “저때는 낭만이 있었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과거는 돌아볼 수 있기에 애틋하고, 지금과 멀기에 아름다우며, 돌아갈 수 없기에 완전해 보인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노스탤지어는 정치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변주되었을 때 보수화의 위험을 내포한다. 아널드포스터는 노스탤지어를 근대의 혼란과 소외에 절망한 개인들이 ‘과거의 상상된 안정감’에서 심리적 위안을 찾으려는 시도로 보고, 인민의 아편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저성장 시대의 경제적 불안, 기후 위기가 촉발하는 위기의식은 노스탤지어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예전에는”으로 시작하는 과거 미화를 떠올려 보자. 젠더 갈등이 없었고, 이주민이 없었고, 이혼이나 아동 학대로 인한 가족 해체가 드물었으며, 거리에 부랑자나 노숙자도 (나라에서 싹 다 잡아가서) 쾌적했고, 어린 애들은 두들겨 패니까 공손했고…?
상업적으로는 레트로 열풍,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뉴진스가 펼친 1990년대의 이미지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었고 정치적으로는 영국의 브렉시트 캠페인과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캠페인이 대표적이다(주민재, ‘노스탤지어는 어떻게 사회적 감정으로 진화했는가-노스탤지어:위험한 감정의 연대기에 대한 짧은 생각’, ‘이화어문논집’ 64, 2024 참고). 위대하다고 평가 받는 미국의 영광이 착취와 전쟁으로 이루어졌다거나, ‘응답하라’ 속 공동체적 돌봄이 여성 노동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거나, 1990년대의 천진난만한 여고생이 그렇게 긴 머리를 나부끼는 순간 가혹한 체벌을 받았다는 사실 같은 것은 아련하고 뿌연 노스탤지어의 필터 속에서 뭉개져 버린다. <다큐3일>에서 청년들은 실제로 숱한 고민을 나눈다. 어려웠던 취업, 계약직이라 의지와는 다르게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현실, 학점과 진로에 대한 불안은 사회경제적 위기,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과 밀접하게 얽혀 뾰족하다. ‘자취하는 여대생’을 선호한다고 하는 발언에는 지금보다 열악했던 젠더 감수성도 드러난다. 그런데도 그 시절을 지금보다 나은 과거로,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름다운 순간으로만 회고하는 것은 납작한 대상화일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발달로,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것도 가능해졌다. 미국의 시인 존 쾨닉은 이러한 현상을 ‘아네모이아’라고 명명했다. 기술과 대중문화의 학습을 거친 감정이라고 해서 무의미하지는 않다. 다만 무엇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을 형성하는지 성찰하고 그리움의 대상이 어느 정도는 이상화되고 미화된 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균형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다큐3일> 특별판이 형성하는 고유한 낭만이 있다. 어떤 분석의 잣대를 들이댄들, ‘굳이’와 불확실성 사이에서, 쉴 새 없이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고 연결될 수 있는 사회에서, 공백을 건너 기어이 다시 만나는 일의 감동만은 훼손되지 않는다. 약속의 당사자가 안동역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불발과 실망의 두려움도 수용하겠다는 각오가 새로운 낭만을 발명할 수 있으리라. 2025년 8월15일, 제작진은 약속의 그날에 나타난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카메라와 마이크를 끈다. 방송에서 소위 말하는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림을 뽑으려는 종사자들의 집념이 얼마나 강한지는 ‘방송국 놈들’이 밈이 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사진 하나 남지 않은 채 재회의 흔적은 일러스트가 대체한다. 이러한 선택은 관심을 끌고자 온갖 자극적인 이미지와 연출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신선한 바람으로 느껴지며, ‘진짜 낭만’을 완성했다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10년 전의 낭만이 낯선 곳에서 만난 타인과 즉흥적으로 약속하는 멋이라면, ‘지금’의 낭만은 성과와 인증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에 집중하며 눈앞의 타인을 존중하는 행위인 것이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 콘텐츠화하지 않는 편안함이 못내 귀하다.
새삼스레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다는 점 또한 반가운 일이다. 언젠가부터 소소한 일상의 얼굴을, 화려하거나 중심이 아닌 삶을 미디어에서 볼 기회가 사라졌다. 길에서 시민을 만나 인터뷰하던 초기 <유퀴즈 온 더 블록>의 감성을 그리워하거나, 크게 돈이 되지 않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다큐멘터리를 “수신료의 가치”라고 명명하는 반응에서 소수일 지라도 분명히 존재하는 갈망을 느낀다. <다큐3일>에 밴드로 출연했던 ‘오빠딸’의 멤버는 꿈꾸었던 슈퍼스타가 되지는 못했지만, 지금을 ‘슈퍼 인생’이라고 말한다. 10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모인 그들이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언젠가 스쳤던 역에서 연주하는 장면이 대미를 장식한다. 천만영화에서 “울어!”라고 지령을 내리는 장면처럼 속절없이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리고 10년 전 기차여행편에 출연했던 이들이 보내온 근황이 편지처럼 떠오른다. 헤아릴 수 없는 불안과 질곡을 안고 안부를 전하는 그 시절의 얼굴들. 삼각대를 잃어버릴까 봐 노심초사하며 울먹거리던 청년은 이제 그 삼각대가 어디 갔는지도 모르겠다고 웃는다. 우리는 그렇게 소중히 여겼던 것을 떠나보내며, 때로는 미련스레 움켜쥐며 여기까지 왔다. 불확실하고 불만족스럽고 두려운 오늘도, 결국은 뒤돌아보면 지극히 아름답고 애틋한 과거가 된다. <다큐3일>이 쏘아올린 낭만이 과거를 추억하고, 오늘을 용서하는 기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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