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상위노출 안규백 국방장관 “민통선 범위 줄이겠다…주민 재산권 손실 해소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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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09-20 07:10본문
웹사이트 상위노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범위를 줄이겠다고 16일 밝혔다. 접경지역 주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생활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안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현재 민통선은 군사분계선(MDL) 선상에서 1970년대 초반 27㎞, 20㎞, 15㎞, 10㎞까지 (설정)돼 있다며 이것을 지역에 따라서는 5㎞까지 줄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통선은 비무장지대(DMZ) 남쪽 지역이지만 군사 목적상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지역을 말한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현재 대략 MDL로부터 남쪽으로 10㎞로 설정돼 있다.
‘민통선을 북쪽으로 옮겨달라는 요구가 있다’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안 장관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손실, 생활의 불편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민통선 출입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무선인식(RFID) 방식의 스마트앱을 내려받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유롭게 출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A코스로 들어가면 다시 A코스로 나와야 했다며 (앞으로는) 아무데서나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더위가 수그러든 자리에 선선한 바람이 스며든다. 새파랗던 초목들도 서서히 가을옷을 갈아입고 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언제 계절의 문턱을 넘어버린 걸까.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떠나보기로 했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은 곳. 영암 구림마을행 차편에 몸을 실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구림마을
남도의 끝자락. 걸출한 산세를 자랑하는 월출산 아래 고즈넉한 한옥마을이 있다. 돌담과 기와집이 이어진 구림마을은 시간이 그대로 멈춘 공간 같다.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곳곳에서 오래된 고택과 정자, 누각들과 마주하게 된다. 전국에 흔한 것이 한옥마을이라지만 구림마을은 무언가 다름이 느껴진다. 마을이 형성된 역사를 살펴보려면 시곗바늘을 한참 거꾸로 돌려야 한다. 조선시대부터 고려,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천천히 흐른다.
‘구림’이란 이름은 신라 말기 시대 인물인 도선국사 탄생 설화와 얽혀 있다.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옛적 최씨 성을 가진 처녀가 빨래를 하다 강물에 떠내려온 오이를 집어 먹었다고 한다. 그 후로 점점 배가 불러오더니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처녀의 부모는 출산 후 아이를 숲에 버려두었다. 며칠 후 그곳에 다시 찾아가 보니 비둘기 떼가 아이를 둘러싸며 보호하고 있었다고. 이 아이가 훗날 고려 건국을 예언하고 불교를 부흥시킨 도선국사이다. 이후 이곳을 비둘기 ‘구(鳩)’자와 수풀 ‘림(林)’을 합쳐 구림마을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은 비둘기 떼는 온데간데없고 간간이 왜가리만 들녘을 날아다닌다.
구림마을을 배경으로 한 야사들 가운데 조선시대 명필인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에 관한 일화도 있다. 우리도 익히 잘 아는 이야기다. 컴컴한 방 한가운데 어머니가 아들에게 이른다. ‘너는 글씨를 쓰거라, 나는 떡을 썰 테니.’ 불을 켜고 보니 아들이 쓴 글씨는 삐뚤빼뚤한데 어머니가 썬 떡은 굵기나 크기가 한결같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야기다. 마을 안에 ‘육우당(六友堂)’이란 건물이 서 있는데 현판 글씨를 한석봉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시절을 떠올리며 걷다 보면 금세라도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담 모퉁이를 돌아 나올 것만 같다.
구림마을에서 꼭 찾아야 할 세 곳
마을 안쪽에는 잘 가꿔진 상대포역사공원이 있다. 도갑산 맑은 물이 마을을 가로질러 가다 머무는 곳이다. 지금은 물길이 막혀 커다란 연못이 되었지만 옛적에는 출장용접 일본과 중국으로 통하는 바닷길이었다. 일본 아스카 문화 창시자로 여겨지는 왕인박사도, 신라 말 유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도 이곳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넓은 세상으로 향했을 것이다. 상대포역사공원은 두 번은 찾아야 할 곳이다. 야간 조명을 밝힌 저녁에 한 번, 고요함이 깃든 이른 아침에 한 번. 두 번 다 후회 없는 여정이 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회사정(會社亭)을 사이에 두고 영암도기박물관과 군립하정웅미술관이 세워져 있다. 구림마을에서 몇 안 되는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신기하게도 그다지 이물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암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약을 바른 도기를 생산한 지역이다. 폐교된 공간을 활용한 영암도기박물관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 시대별 도기의 변천사를 훑어본 후 직접 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3층 하정웅 컬렉션실은 꼭 가보기를 권한다. 재일교포 사업가인 하정웅 선생이 수집한 도자기 작품들이 볼만하다. 하정웅 선생의 더 많은 컬렉션을 감상하려면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도 가보기를 권한다. 평생에 걸쳐 수집한 회화·조각·판화·사진 등 수천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먼 길을 왔다면 마을 안에서 하룻밤을 묵어보도록 하자. 올해 5월 문을 연 구림 한옥스테이는 한옥의 아름다움은 살리고 현대적인 시설들을 가미해 숙박객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한옥 특유의 따스한 감성과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가 어우러져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트로트, 가야금 산조, 바둑… 우리 문화로 감성 ‘업’
구림마을에서 월출산 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기찬랜드에 닿는다. 자연이 어우러진 휴양문화단지로 우리 전통문화를 깊게 들여다보는 전시관들이 여럿 들어서 있다. 이 중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이다. 1층은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트로트 100년사를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역사관과 명예의 전당이 있다. 7080시대를 재현한 추억의 골목을 누빈 후 ‘영암싸-운드’에서 한 곡조 신나게 뽑아도 좋을 것이다. 2층은 영암 출신 가수인 하춘화 기념관으로 꾸며져 있다. 화려한 무대 의상과 수많은 음반, 팬레터들을 보며 만약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주인공이 트로트 가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트로트가 변형된 형태의 가락이라면 가야금산조기념관은 우리 음악의 원류를 찾아가는 공간이다. 조선 후기 국악의 거장 김창조가 창시한 가야금 산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산조는 느린 가락에서 시작해 점차 속도를 높이며 연주자의 기량과 감정을 극대화하는 우리 고유의 음악이다. 가만히 듣다 보면 가야금을 매개로 연주자도, 듣는 이도 하나가 되어 흥겨운 몰입으로 빠져든다. 여러 가지 산조 가락을 비교해 가며 직접 감상할 수 있어 전통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가야금의 구조와 제작 과정, 산조 악보와 음원 자료를 비롯해 명인들이 사용했던 실물 악기도 전시하고 있다.
올 초 개봉한 영화 <승부>를 인상 깊게 봤다면 조훈현 바둑기념관도 들러볼 만하다. 세계 바둑 챔피언으로 국수(國手)라 불린 조훈현 9단의 생애와 업적, 승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둑판과 바둑돌, 세계 대회 우승 트로피와 메달, 기사 생활의 기록물도 전시되어 있다. 조훈현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이다.
영암 무화과로 만든 밥상과 디저트
영암의 가을은 무화과가 익어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맘때면 향기롭고 달콤한 무화과를 어디서든 맛볼 수 있다. 예담은(규방문화원)과 미술관 아래는 무화과를 활용한 지역 밥상과 디저트를 내놓는 특별한 공방 카페다. 서로 이웃한 데다 구림마을과 기찬랜드 중간 즈음에 자리해 찾아가기도 편하다.
천연염색 공방인 예담은 카페는 어란을 얹은 한입거리와 신선한 샐러드, 주먹밥과 볼카츠 등으로 구성한 월출소반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무화과 과육을 넣어 촉촉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볼카츠가 일품이다. 비트와 치자로 자연적인 색감을 더한 주먹밥도 입맛을 돋운다. 여기에 새콤한 장아찌와 구수한 된장국이 마지막 한 입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포슬포슬한 식감의 양갱도 별미다. 월출소반은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잘 차린 한 상을 받았으니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러 가보자. 미술관 아래는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운영하는 갤러리 & 카페다. 이곳 시그니처는 새콤달콤한 스트로베리 애플 에이드와 무화과 샌드이다. 지금처럼 무화과가 제철을 맞은 때에는 기존 레서피에 무화과를 듬뿍 넣어준다. 날씨가 쌀쌀한 때에는 차로 마셔도 좋다. 은은하면서 산뜻한 단맛이 여행의 피로를 달래준다. 고메 버터를 넣은 스프레드에 무화과를 아낌없이 넣은 무화과 샌드는 한 번 맛본 이들은 꼭 다시 찾게 된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입 안 가득 버터의 풍미와 향긋한 무화과가 어우러져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9월 영암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가을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왕인박사유적지에서 20~21일 열리는 ‘늦반딧불 달빛축제’는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어둠이 내리면 반딧불이 생태 탐방이 이뤄지며 가을밤을 운치 있게 물들인다. 27일에는 ‘별빛책마당’이 열린다. 작가의 원화전과 북토크를 비롯해 옛이야기 낭독극, AI 애니메이션 상영, ‘헌책 줄게 새 책 다오’ 등 독서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도갑사에서는 26~27일 제20회 도선국사 문화예술제가 개최된다. 다례제와 법요식, 숲숲 환경영화제, 사찰음식 체험 등과 함께 산사에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가 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해준다.
안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현재 민통선은 군사분계선(MDL) 선상에서 1970년대 초반 27㎞, 20㎞, 15㎞, 10㎞까지 (설정)돼 있다며 이것을 지역에 따라서는 5㎞까지 줄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통선은 비무장지대(DMZ) 남쪽 지역이지만 군사 목적상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지역을 말한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현재 대략 MDL로부터 남쪽으로 10㎞로 설정돼 있다.
‘민통선을 북쪽으로 옮겨달라는 요구가 있다’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안 장관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손실, 생활의 불편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민통선 출입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무선인식(RFID) 방식의 스마트앱을 내려받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유롭게 출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A코스로 들어가면 다시 A코스로 나와야 했다며 (앞으로는) 아무데서나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더위가 수그러든 자리에 선선한 바람이 스며든다. 새파랗던 초목들도 서서히 가을옷을 갈아입고 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언제 계절의 문턱을 넘어버린 걸까.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떠나보기로 했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은 곳. 영암 구림마을행 차편에 몸을 실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구림마을
남도의 끝자락. 걸출한 산세를 자랑하는 월출산 아래 고즈넉한 한옥마을이 있다. 돌담과 기와집이 이어진 구림마을은 시간이 그대로 멈춘 공간 같다.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곳곳에서 오래된 고택과 정자, 누각들과 마주하게 된다. 전국에 흔한 것이 한옥마을이라지만 구림마을은 무언가 다름이 느껴진다. 마을이 형성된 역사를 살펴보려면 시곗바늘을 한참 거꾸로 돌려야 한다. 조선시대부터 고려,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천천히 흐른다.
‘구림’이란 이름은 신라 말기 시대 인물인 도선국사 탄생 설화와 얽혀 있다.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옛적 최씨 성을 가진 처녀가 빨래를 하다 강물에 떠내려온 오이를 집어 먹었다고 한다. 그 후로 점점 배가 불러오더니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처녀의 부모는 출산 후 아이를 숲에 버려두었다. 며칠 후 그곳에 다시 찾아가 보니 비둘기 떼가 아이를 둘러싸며 보호하고 있었다고. 이 아이가 훗날 고려 건국을 예언하고 불교를 부흥시킨 도선국사이다. 이후 이곳을 비둘기 ‘구(鳩)’자와 수풀 ‘림(林)’을 합쳐 구림마을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은 비둘기 떼는 온데간데없고 간간이 왜가리만 들녘을 날아다닌다.
구림마을을 배경으로 한 야사들 가운데 조선시대 명필인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에 관한 일화도 있다. 우리도 익히 잘 아는 이야기다. 컴컴한 방 한가운데 어머니가 아들에게 이른다. ‘너는 글씨를 쓰거라, 나는 떡을 썰 테니.’ 불을 켜고 보니 아들이 쓴 글씨는 삐뚤빼뚤한데 어머니가 썬 떡은 굵기나 크기가 한결같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야기다. 마을 안에 ‘육우당(六友堂)’이란 건물이 서 있는데 현판 글씨를 한석봉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시절을 떠올리며 걷다 보면 금세라도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담 모퉁이를 돌아 나올 것만 같다.
구림마을에서 꼭 찾아야 할 세 곳
마을 안쪽에는 잘 가꿔진 상대포역사공원이 있다. 도갑산 맑은 물이 마을을 가로질러 가다 머무는 곳이다. 지금은 물길이 막혀 커다란 연못이 되었지만 옛적에는 출장용접 일본과 중국으로 통하는 바닷길이었다. 일본 아스카 문화 창시자로 여겨지는 왕인박사도, 신라 말 유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도 이곳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넓은 세상으로 향했을 것이다. 상대포역사공원은 두 번은 찾아야 할 곳이다. 야간 조명을 밝힌 저녁에 한 번, 고요함이 깃든 이른 아침에 한 번. 두 번 다 후회 없는 여정이 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회사정(會社亭)을 사이에 두고 영암도기박물관과 군립하정웅미술관이 세워져 있다. 구림마을에서 몇 안 되는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신기하게도 그다지 이물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암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약을 바른 도기를 생산한 지역이다. 폐교된 공간을 활용한 영암도기박물관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 시대별 도기의 변천사를 훑어본 후 직접 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3층 하정웅 컬렉션실은 꼭 가보기를 권한다. 재일교포 사업가인 하정웅 선생이 수집한 도자기 작품들이 볼만하다. 하정웅 선생의 더 많은 컬렉션을 감상하려면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도 가보기를 권한다. 평생에 걸쳐 수집한 회화·조각·판화·사진 등 수천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먼 길을 왔다면 마을 안에서 하룻밤을 묵어보도록 하자. 올해 5월 문을 연 구림 한옥스테이는 한옥의 아름다움은 살리고 현대적인 시설들을 가미해 숙박객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한옥 특유의 따스한 감성과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가 어우러져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트로트, 가야금 산조, 바둑… 우리 문화로 감성 ‘업’
구림마을에서 월출산 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기찬랜드에 닿는다. 자연이 어우러진 휴양문화단지로 우리 전통문화를 깊게 들여다보는 전시관들이 여럿 들어서 있다. 이 중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이다. 1층은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트로트 100년사를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역사관과 명예의 전당이 있다. 7080시대를 재현한 추억의 골목을 누빈 후 ‘영암싸-운드’에서 한 곡조 신나게 뽑아도 좋을 것이다. 2층은 영암 출신 가수인 하춘화 기념관으로 꾸며져 있다. 화려한 무대 의상과 수많은 음반, 팬레터들을 보며 만약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주인공이 트로트 가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트로트가 변형된 형태의 가락이라면 가야금산조기념관은 우리 음악의 원류를 찾아가는 공간이다. 조선 후기 국악의 거장 김창조가 창시한 가야금 산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산조는 느린 가락에서 시작해 점차 속도를 높이며 연주자의 기량과 감정을 극대화하는 우리 고유의 음악이다. 가만히 듣다 보면 가야금을 매개로 연주자도, 듣는 이도 하나가 되어 흥겨운 몰입으로 빠져든다. 여러 가지 산조 가락을 비교해 가며 직접 감상할 수 있어 전통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가야금의 구조와 제작 과정, 산조 악보와 음원 자료를 비롯해 명인들이 사용했던 실물 악기도 전시하고 있다.
올 초 개봉한 영화 <승부>를 인상 깊게 봤다면 조훈현 바둑기념관도 들러볼 만하다. 세계 바둑 챔피언으로 국수(國手)라 불린 조훈현 9단의 생애와 업적, 승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둑판과 바둑돌, 세계 대회 우승 트로피와 메달, 기사 생활의 기록물도 전시되어 있다. 조훈현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이다.
영암 무화과로 만든 밥상과 디저트
영암의 가을은 무화과가 익어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맘때면 향기롭고 달콤한 무화과를 어디서든 맛볼 수 있다. 예담은(규방문화원)과 미술관 아래는 무화과를 활용한 지역 밥상과 디저트를 내놓는 특별한 공방 카페다. 서로 이웃한 데다 구림마을과 기찬랜드 중간 즈음에 자리해 찾아가기도 편하다.
천연염색 공방인 예담은 카페는 어란을 얹은 한입거리와 신선한 샐러드, 주먹밥과 볼카츠 등으로 구성한 월출소반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무화과 과육을 넣어 촉촉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볼카츠가 일품이다. 비트와 치자로 자연적인 색감을 더한 주먹밥도 입맛을 돋운다. 여기에 새콤한 장아찌와 구수한 된장국이 마지막 한 입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포슬포슬한 식감의 양갱도 별미다. 월출소반은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잘 차린 한 상을 받았으니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러 가보자. 미술관 아래는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운영하는 갤러리 & 카페다. 이곳 시그니처는 새콤달콤한 스트로베리 애플 에이드와 무화과 샌드이다. 지금처럼 무화과가 제철을 맞은 때에는 기존 레서피에 무화과를 듬뿍 넣어준다. 날씨가 쌀쌀한 때에는 차로 마셔도 좋다. 은은하면서 산뜻한 단맛이 여행의 피로를 달래준다. 고메 버터를 넣은 스프레드에 무화과를 아낌없이 넣은 무화과 샌드는 한 번 맛본 이들은 꼭 다시 찾게 된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입 안 가득 버터의 풍미와 향긋한 무화과가 어우러져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9월 영암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가을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왕인박사유적지에서 20~21일 열리는 ‘늦반딧불 달빛축제’는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어둠이 내리면 반딧불이 생태 탐방이 이뤄지며 가을밤을 운치 있게 물들인다. 27일에는 ‘별빛책마당’이 열린다. 작가의 원화전과 북토크를 비롯해 옛이야기 낭독극, AI 애니메이션 상영, ‘헌책 줄게 새 책 다오’ 등 독서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도갑사에서는 26~27일 제20회 도선국사 문화예술제가 개최된다. 다례제와 법요식, 숲숲 환경영화제, 사찰음식 체험 등과 함께 산사에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가 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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