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입시학원 전통 안무의 잔상…빙상 위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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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5-09-03 05:58본문
차영현(22·고려대·사진)에게 빙상은 무한하게 변주되는 놀이판이다. 남사당패가 공연하는 장터가 되기도 하고, 승무를 추는 고요한 절이 되기도 한다. 한국 전통 안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차영현은 얼음 위에서 상모를 돌린다.
차영현은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최종 2위에 오르며 메이저대회 첫 메달을 땄다. 당시 쇼트프로그램에서 슈베르트의 ‘마왕’,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영화 <듄> OST에 맞춰 연기했다.
갈라쇼에서는 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긴 생피지(상모에 달린 흰 끈)가 달린 ‘12발 상모’를 흥겹게 돌린다. 올해부터는 승복을 입고 추는 전통 안무 승무를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남사당 피겨스케이터’ 차영현에게 빙상은 새로운 놀이판이다.
차영현은 국가무형유산 남사당놀이 이수자인 차창호의 아들이다.
차영현은 지난 28일 가진 인터뷰에서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남사당놀이를 보러 다녔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하는 지금도 남사당 공연을 병행하고 있다.
차영현은 자연스럽게 빙상에서 놀이판을 떠올렸다. 그는 “빙상장은 사람이 혼자 서 있기에 굉장히 넓은 무대”라며 “12발 상모나 승무의 장삼 등 전통 의상은 안무할 때 크게 펼쳐지기 때문에 피겨스케이팅의 동작과 어우러졌을 때 눈길을 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영현은 “한국 전통 안무의 특징은 ‘잔상’이 있다는 것”이라며 “탈춤의 한삼, 승무의 장삼 등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면 관성 때문에 의상이 무대에 흐른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 12발 상모 의상과 승무 의상을 준비한 차영현은 빙상에서 안무를 선보였다. 회전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피지는 물론 커다랗게 나부끼는 장삼의 소매까지, 차영현의 말대로 흰 빙상에 강렬한 잔상을 만들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피겨스케이팅과 한국 전통 안무는 이질감 없이 어우러졌다. 공중에서 몸을 회전해 착지하는 풍물놀이 동작 ‘자반뒤집기’는 피겨의 구성 요소인 ‘버터플라이 스핀’과 닮았다. 빙판에 상체가 닿을 듯이 몸을 낮춰 활주하는 연결 동작 ‘하이드로블레이딩’은 정적이고 서늘한 승무의 이미지에 잘 들어맞는다.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었다. 차영현은 “처음에는 12발 상모를 컨트롤하기가 어려워 안무를 하다가 생피지를 밟아 끝이 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사당 공연은 연희자와 관객 사이 거리가 가까워서 생피지를 휙 던지면 관객의 시선도 덩달아 움직이게 할 수 있는데, 빙상장에서는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게 어렵다”며 “그래서 버터플라이 스핀을 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생피지를 펼치는 식으로 동작을 바꿨다”고 했다.
차영현의 목표는 한국 전통 안무로 구성한 피겨 작품을 여러 개 모아 하나의 공연으로 기획하는 것이다. 남사당패 단원이자 피겨스케이터로서의 꿈이 담겨 있다. 차영현은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다시 한국 전통문화가 사랑받고 있지만 여전히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도 많다”며 “이렇게 멋있고 좋은 걸 더 알리고 싶다는 갈망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차영현은 “내 취향이 마이너한가 싶다가도 ‘아닌데, 충분히 더 사랑받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며 “피겨를 통해 전통 안무를 조금 더 캐주얼하게 보여준다면 보는 사람들이 빠져들면서 이 춤의 원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영현은 ‘남사당패에서 줄 타는 피겨스케이터’다.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는 “두 가지 분야에 몸담을 수 있는 건 제가 가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난 지금, 우리는 한 가지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라는 지도자가 앞으로 국제질서에 끼칠 악영향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만큼 막대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그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트럼프라는 정치적 현상이 국제질서에 던지는 그림자는 단순한 정책 변화 차원이 아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쌓아 올린 글로벌 협력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근원적 도전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는 ‘트럼프 비용’이라는 새로운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훗날 제국주의로 치달은 18세기 절대왕정의 중상주의를 연상시킨다. 관세에 대해 “나는 때리되 너는 때리지 마라”라는 일방적 룰은 상호주의라는 근대 국제경제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외국 기업들에 미국 투자를 강요하고, 핵심 산업의 지분까지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행태다. 이는 마치 15세기 명나라가 주변국들에 조공을 요구했던 방식과 닮아 있다. 현대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이런 신중상주의적 접근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의 아이러니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극단적이다. 관세폭탄, 보조금 삭감 요구, 경제적 단절 위협까지 동원하는 모습은 ‘대통령’이 아닌 ‘황제 트럼프’라는 별명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트럼프 현상의 가장 위험한 측면은 극우적 세계관과 음모론적 사고가 국제관계에까지 스며든다는 점이다. 브라질부터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그는 타국 정상들 앞에서도 거침없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허위사실로 상대를 압박한다. 이 대통령과의 회담 3시간 전에 소셜미디어에 올린 ‘숙청과 혁명’ 메시지는 그의 정신적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논리와 증거보다는 감정과 추측에 의존하는 반지성주의가 세계 최강국의 외교정책을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에 깊은 우려를 안긴다.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동맹은 더 이상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십이 아니다. 그것은 거래 가능한 상품이 되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미국산 무기 구매 압박, 일방적 동맹 조건 변경. 이 모든 것이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이런 접근법은 필연적으로 다자협력을 붕괴시키고 세계 곳곳에서 군비경쟁을 촉발한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굴복하거나, 독자적 군사력 확보에 나서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다자주의 약화, 국제분쟁 개입 기피, 가치외교 포기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은 전 세계 외교 전략의 근본적 재편을 강요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시대에는 승자가 없다. 미국 시민들 역시 높은 인플레이션과 사회적 양극화, 민주주의 제도의 침식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공동 번영과 기후위기 대응, 분쟁 해결 등 인류 공통의 과제에서 멀어지고 있다.
막스 베버가 120년 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던진 경고는 오늘날 트럼프 현상을 통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는 근대 사회가 “정신없는 전문가들과 심장 없는 향락주의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공허한 껍데기”로 전락할 위험을 경고했다. 베버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끔찍한 발전이 끝날 무렵, 완전히 새로운 예언자들이 나타날 것인가? 아니면 옛 사상과 이상들이 강력하게 부활할 것인가? 혹은 기계적 화석화만이 남게 될 것인가?” 베버가 우려했던 ‘근대의 위기’가 트럼프 시대에 ‘현대의 위기’로 부활하는 모습이다. 극우적 일방주의가 민주적 질서를 해체하고, 자본주의 정신이 방향감각을 잃은 시대. 우리는 새로운 비전도, 과거의 가치 복원도 없이 기계적 반복만을 되풀이하는 공허한 현재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의 단서는 존재한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보여준 원칙적 태도와 균형감각이 그것이다. 굴복하지 않되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외교적 지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산을 하나 넘었다고 천진난만하게 좋아할 때인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산이 있는 걸 알면서도 자화자찬하는 태도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 민주적 제도, 국제연대의 정신이 시험대에 오른 지금, 정치인과 시민사회, 그리고 우리 모두의 비판적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트럼프식 일방주의와 반지성주의의 유혹에 적당히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국제협력과 민주적 가치를 지키는 미래 지향적 책임을 다할 것인가.
여야가 있는 다원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확고한 합의다. ‘일당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중국과 다르다. 인민 다수의 지지를 얻은 한 지도자의 의지에 체제 운영을 맡기는 러시아식 ‘주권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여야의 경쟁과 정권의 교체가 허용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우리 관점에서 민주주의가 아니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은 ‘야당 무시’에서 비롯되었다. 박근혜는 야당과 국회를 꾸짖어달라며 국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윤석열은 야당과의 대화를 감정적으로 거부했고 국회의 권위를 조롱하며 불법계엄을 도모했다. 그들은 여와 야 사이에서 일을 풀어가는 법을 몰라 몰락했다.
여야의 적대정치, 헌법 정신 배치
여야가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민주주의는 우리 헌법의 요청이다. 헌법 제8조는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규정한다. 국회의원의 의무와 관련해 제46조는 “국가이익을 우선”하라고 되어 있지 당파적 이익의 극대화를 권하지 않는다. 정당은 공익을 두고 경쟁하는 정치 조직이기에 법의 보호를 받는다. 대신 정당법 제2조는 정당들에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을 해야 한다고 명한다.
민주주의는 깨지기 쉬운 체제다. 장 자크 루소는 “민주정만큼 내전과 내란에 취약한 체제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정당하면서도 안정된 정치 질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두고 오랫동안 숙고해 <사회계약론>을 완성했다. 번갈아 잘 통치하고 잘 통치받는 정치 질서를 만드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인간의 과업은 없지만, 그 일은 결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없으며 인위적 합의와 노력,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심 골자다.
몽테스키외는 자유로운 체제일수록 더 많은 정치적 ‘덕성’과 ‘예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핵심은 편협한 자기 이익보다 공익에 헌신하는 것, 상대와의 평등한 관계를 존중하는 것에 있다. 그래야 “법을 사랑하고 법의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는 시민다움이 뿌리내릴 수 있다. 모두가 “입법자이면서 준법자인 민주정”에서 정치적 예의가 없으면 상대를 지배하고 제압하려는 열정만 남아 체제를 전제정으로 이끌게 된다.
정치인이 존경받게 행동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준수해야 할 의무다. 우리 국회법 제25조는 “의원의 품위유지”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의원의 윤리는 국회법 제32조 이하의 여러 조항에 걸쳐 심사 대상임을 명기하고 있다. 국회법 제15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윤리강령’이나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위반하는 것은 징계 사유다.
공익 생각하고 토론하는 정치 필요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은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한다. ‘국회의원윤리강령’은 더 분명하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여야의 정치 활동에 있어 “공정한 여건과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충분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도 약속해야 한다. ‘품위’ ‘예의’ ‘존중’은 영국 하원의 행위 규칙 1조다. 카를 마르크스와 같은 시대 활동한 월터 배젓이 ‘의회주의’를 “토론에 의한 정부 운영”이라고 했듯, 토론은 의회 역할이자 존립 이유다.
여당 대표는 품위나 예절, 인격과 식견으로 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당과의 “충분한 토론”은 생각이 없고 인사도 악수도 거부한다. 윤리강령 위반이고 국회법 요청을 무시하는 일이다. 법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고, 입법자인 동시에 준법자가 되어야 한다는 정치가의 의무를 그는 우습게 여긴다.
대통령은 야당과 협치하고 당대표는 야당 해산을 위해 싸운다는 그의 역할 분담론은 해괴하다. 정당법이 요청하고 있는 “책임 있는 주장”과 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복수정당제”를 명기한 헌법 정신과 배치된다. 자신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민주당주의자’”라고 하는 정청래의 공언은 민주주의조차 불편하고 귀찮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느덧 그는 민주주의 발전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정청래의 적대 정치는 장동혁이라는 야당의 새 짝을 만났다. 그 둘은 닮았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 흥미롭게도 한 사람은 현 대통령이 성공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이 성공해야 한다거나 시민의 자유가 우선이라는 의식은 없다. 군주정의 시대도 아닌데, 이들의 권력 중심적 사고는 불쾌감을 준다.
무례한 말과 행동을 ‘사이다’라며 환호하는 팬덤 지지자들에 아첨해 성공하는 선동형 정치가들의 득세는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정치는 윤리적 자정 능력을 잃었다. 예의·품위·인격·식견을 갖춘 정치가들이 공익을 위해 일하고 책임 있게 주장하고 충분히 토론해 정부를 운영하는 민주주의는 헛된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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