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금화 [단독] 방사선 노출로 인한 승무원 백혈병, 법원서 첫 ‘산재’ 인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9-09 01:57본문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은 전 대한항공 승무원 A씨가 2024년 2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상당인과관계란 어떤 행위와 그 결과 사이에 법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A씨는 2009년 대한항공에 객실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약 10년째인 2019년 A씨에게 백혈병이 발병했다. A씨는 임신 중 신체에 멍이 들고 빈혈·혈소판 감소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자 출산 후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상세불명 세포형의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장시간 비행에 따른 방사선 피폭 등이 백혈병의 원인이 됐다고 보고 2023년 1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의 병과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그해 11월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A씨의 방사선 누적 피폭 추정치가 35.02mSv(밀리시버트)로 낮고, 총 근무 기간이 9년3개월로 10년 미만이라는 점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전리방사선이 국제암연구소에서 정한 1급 발암물질이란 점을 언급하며 “가설에 따르면 방사선은 최소선량에서도 인간에게 위험을 일으킬 잠재성이 있다. 방사선의 선량이 일정 수치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항공 승무원은 방사선 작업 종사자로 분류되고, 연간 피폭 방사선량은 원전 등 방사선 분야 작업 종사자보다 높다”면서 “원고의 비행은 장시간의, 고고도 및 고위도 비행이 전체 비행시간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고, 일반적인 항공기 승무원에 비해 우주방사선 피폭선량이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A씨가 8시간 이상·야간 비행을 장시간 한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A씨는 승무원으로 85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총 7672시간 43분을 비행했다. 미주·유럽 등 비행시간이 8시간 이상 걸리는 장시간 노선 비행만 4600시간 이상이었다. 법원은 “높은 비중의 야간 비행 및 8시간 이상 시간을 거스르는 곳으로의 비행으로 인해 원고는 생체 리듬의 변화를 자주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바, 이 또한 국제암연구소에서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근무 형태가 우주방사선 피폭과 결합해 상병의 발병 가능성을 더욱 증가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 관련 산재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2021년 공단은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아 숨진 승무원 B씨에 대해 처음으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산재를 인정했다. B씨는 A씨보다 근무기간과 피폭량 등이 낮았다. B씨의 총 근무기간은 5년7개월 가량, 총 비행시간은 5571시간, 누적 피폭량은 18.67mSv(밀리시버트)였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A씨와 B씨의 사례를 비교하며 “피고(근로복지공단)가 원고의 상병에 관해 업무 관련성을 부정한 까닭이 무엇인지,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기준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공단 단계서 대리한 김승현 노무사는 “그동안 산재 여부를 두고 판단이 오락가락했던 사안을 법원이 정리한 것”이라며 “질병판정위원회는 법원 판단에 영향을 받는데, 지금까지 관련 선례가 없어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렸다. 이번 판결이 향후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체불 근절! 전국 캠페인 선포식! 한국노총 기자회견’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앞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이 다섯번째 ‘입주자 프로젝트- 섭식장애 마주하기’를 시작합니다.
식사나 간식 등 ‘먹는 행위’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낀 적, 한번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섭식장애는 단순한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문제로 인해 ‘먹는 행위’의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입니다. 흔히 거식증·폭식증과 같은 하위 질환명으로 알려져 ‘마른 몸을 원하는 사람들의 병’ 정도로 납작하게 인식되기도 합니다. ‘먹토’나 ‘프로아나’ 같은 행위의 단면만이 이야기 되기도 하고요.
이 프로젝트는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인 박지니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박 작가는 약 20년간 거식증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삼키기 연습: 스무 해를 잠식한 거식증의 기록>(글항아리)을 펴냈습니다. 2회는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과, 온전히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플랫입주자프로젝트-섭식장애마주하기] 섭식장애라는 가장 현대적 고통
칼 에릭 피셔의 <중독의 역사>를 읽으며 저 역시 저자와 같은 인식을 기점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중독 전문 정신과 의사면서 오래도록 심각한 알코올중독을 겪은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중독’이 과연 무엇을 가리키는지 묻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마약 중독자를 나쁜 선택을 반복하는 무책임한 쾌락주의자로 여기면서도, 동시에 마약의 중독성으로 인해 자유의지를 빼앗겨 마약에 끌려다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폭식증으로 종일 배달음식을 먹고 토하며 수십만 원을 탕진하고 학업을 포기한 여자아이가 있다고 생각해볼까요. 만일 이 아이의 아버지가 중독을 ‘무책임한 선택’으로 해석하는 사람이라면 아이가 음식을 구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인터넷 같은 수단을 모두 차단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중독을 ‘자유의지를 빼앗긴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이라면, 예쁘고 똑똑했던 아이를 되찾기 위해 무당을 불러 굿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거식증에서 도망치기 위해 뇌엽절제술을 받고 수술 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한 영국가수 리나 자바로니 같은 실제 사례를 들 수도 있겠죠. 섭식장애를 순전한 ‘뇌의 질병’이라고 설명하는 태도는 이런 관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두 가지 관점 어느 쪽도 중독 혹은 섭식장애를 ‘치료’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요. 칼 에릭 피셔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칼 에릭 피셔가 X(옛 트위터)에서 자신의 책 ‘The Urge(충동)’(<중독의 역사> 원문명)* 을 홍보할 때부터 이 책이 몹시 궁금했습니다. 피셔는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에서 1년간 일하면서 음주와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있었다고 해요. 그는 책에서 중독은 실재하는 무언가라기보다 어떤 현상을 일컫기 위해 존재하지만 역사적으로 계속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개념이라 말합니다. 저는 섭식장애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피셔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소주와 스타크래프트에 얽혀들었던 것처럼 중독이라는 현상은 그 사회와 시대 속에서 조성됩니다. (저는 그에게 한국에 언제 있었는지를 묻는 메일을 보냈는데요.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2000년대 초중반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2년 전 국내 첫 섭식장애 인식주간 개최를 앞두고 모 주간지와 인터뷰 중에 저는 식사치료 전문가 안주란 선생님이 “섭식장애는 ‘(섭식장애에) 걸린다’가 아니라 ‘미끄러진다’는 표현을 쓰는데요.”라고 말씀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표현이었기에 시큰둥했어요. 하지만 그 어색하고 민망한 표현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선생님의 표현이야말로 진실을 담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섭식장애로 ‘미끄러지는’ 이유는 우리가 섭식장애라는 거대한 싱크홀 가까이에 아슬아슬한 상태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정신의학사학자 에드워드 쇼터는 정신의학적 ‘증상 풀(symptom pool)’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한 시대가 공유하며, 마치 유행을 타는 듯한 정신의학적 증상군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역시 사회에 빈발한 싱크홀들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어린아이들의 섭식장애, 특히 거식증 발병률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아직 이유는 모르지만 전 세계에서 보고된 현상입니다. 섭식장애에 대한 신뢰할 전문가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에 잡힌 적이 없지만, 안주란 선생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제가 접하게 된 사례들만 봐도 섭식장애는 한국에서도 이미 유행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방치된 상태에서요.
저는 ‘먹는 일이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일이지, 누가 먹지 못해서 치료를 받느냐’는 생각이 한국사회 기저의 남성적 사고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섭식장애(eating disorder)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같은 스펙트럼에 위치할 이상섭식(disordered eating)은 일생 동안 안 겪어본 여성이 없을 것”이라는 말조차 고리타분하지만, 우리 사회는 섭식장애를 수십년 동안 도외시해왔어요. 여자들의 앵앵거림이라든가, 잠수함에 탄 새끼 토끼들의 질식 증상으로 치부하면서요. 그동안 섭식장애라는 이 치사율 높은 싱크홀은 한국의 지형을 어느 정도로 무너뜨렸을까요.
섭식장애가 왜 ‘여자아이들의 병으로 당연시되었는가’하는 질문을 던지기 이전에 젠더 구조적 배경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의 몸은 가장 먼저 규율화되어 가장 혹독하게 평가받는 대상입니다. 단지 시각적으로 이상적인 날씬한 체형을 넘어, 여성의 몸은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 할수록 좋다는 노골적인 규범은 미디어 광고와 학교, 가정에서까지 반복 재생산 됩니다.
여성 청소년은 그 규율에서 어긋날 경우 즉시 스스로를 혐오하게 되는 존재로 길러졌습니다. 동시에 딸아이의 건강과 몸은 가정의 명예나 부모의 양육 평가와 직결되지요. 이런 문제들이 중첩되며 여자아이가 자기 몸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낙인은 훨씬 가혹하게 작동합니다. 따라서 섭식장애는 우연히 여성에게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자아이들을 중심에 세워두고 무너뜨린 결과입니다.
섭식장애는 복에 겨운 철부지가 걸리는 병이 아닌,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위태로운 삶과 조건에서 촉발되는 증후군이기도 해요. 그간 10대 후반~20대 여성들의 문제였던 섭식장애의 연령대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면서 지금은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혹은 학령기 이전의 여자아이들이 위협받습니다. 남자아이와 젊은 남성도 예외가 아니게 됐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20년 전 저는 잦은 휴학으로 학부를 6년 만에 졸업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1년 이상 경력이 없는 것도 회사 면접 때마다 치명적인 결점이 되었지요.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6년 만의 대학 졸업쯤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90년대 후반 고등학교 동기 한 명이 자퇴를 선언했을 때 전교에 서태지급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이제 자퇴는 중학생 때부터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에요. 섭식장애도 이제는 늦은 졸업이나 자퇴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변화를 목격하며 묘한 기분이 듭니다. 과거엔 소수의 불운한 사람만 겪는 불안정한 삶-조건이 이제는 규범이 되었으니까요. 기후위기가 가장 취약한 삶을 먼저 파괴하고, 다시 무서운 속도로 타깃의 범위를 넓히는 것처럼요.
2025년 현재, 섭식장애는 아이들과 청소년의 삶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저는 일본 도쿄대병원 심료내과 교수이자 일본섭식장애학회 이사이기도 한 가즈히로 요시우치 교수님을 서면 인터뷰했는데요. 요시우치 교수는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섭식장애 발병률이 급증했으며, 특히 어린이들 사이에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장애(ARFID, avoidant/restrictive food intake disorder) 환자가 증가해 소아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섭식장애 워크숍을 진행중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월 잠수함토끼콜렉티브의 세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EDAW2025)에 연자로 참여했던 호주의 젬마 샤프 교수, 이탈리아 섭식장애 전문병원 빌라 가르다의 세계적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리카르도 달레 그라베 박사도 비슷한 언급을 했어요.
이는 그들의 국가에서는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사치스러운 일이지만요.
이런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로 중학생 연령의 여자아이들은 소위 ‘건강음식집착증(orthorexia)’ 성격을 강하게 띤 거식증을 많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패스트푸드나 가공음식 같은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피하는 ‘바람직한’ 행동으로 시작되는데요, 오래지 않아 아이에게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집니다. 즉 명백한 거식증 상태에 빠져버리죠. 오염에 대한 공포가 강해지면 가족 중 누군가 자신이 먹으려 했던 음식 근처에 무심코 다른 식재료를 올려두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경우도 생겨요. 공기 중으로 그 성분과 칼로리가 전염되었을 거라 생각해,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새로운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학령 전 아이들은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 아이들은 체중이나 체형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특정 음식, 혹은 거의 모든 음식에 대한 공포로 인한 거부감을 보입니다. 애초 자폐스펙트럼 등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던 증상인데요. 그 경계선 밖으로 나가 버린 것이죠.
굶주리며 서서히 스스로를 죽이고 있는 어린 자녀를 어떻게 구해야 할까요? 그들의 부모는 무력감의 고통에 짓눌리고 맙니다. 체력이 급속하게 떨어져 이젠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아이들을 대체 어떤 병원의 어떤 과로 데려가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지 못한 잘못은 일단 어머니에게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요? 그래서 ‘집에서 해결하셔야 할 일을 병원으로 가져왔다’는 비난을 듣는 건 아닐까요? 아이가 아픈 원인은 무엇일까요? 내과적 검사를 먼저 받아봐야 할까요, 정신과에 가야 할까요? 정신과를 찾는다 해도, 과연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제 회고록 <삼키기 연습: 스무 해를 잠식한 거식증의 기록>(글항아리, 2021)에 배경이 된 입원병동은 2000년대 초반 양재동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섭식장애 전문 개인 입원시설이었습니다. 정신과 개원의가 자체적으로 오픈했던 곳이고, 안타깝게도 문을 연 지 5년쯤 되어 곧 문을 닫고 말았지요. 책에 이 이야기를 썼는지 안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한 언니는 “여기 오기 전에 일반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한 적이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거기선 귀신같이 창백한 여자아이의 옆 침대를 썼는데, 그 아이가 매번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 무서웠다고 했지요. 그러다 섭식장애 환자들만 입원하는 병원이 생겼다는 걸 알고 부모님을 졸라 여길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야심차게 설립됐던 국내 최초의 섭식장애 입원병동은 너무 어수룩하고 서툴렀습니다. 한 달 입원비만 2001년 당시 200만원이었어요.
과거엔 그나마 그런 선택지라도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부보님이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부모가 마음의 결단을 내리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 서울 혹은 지방 대도시의 가장 이름있는 대형병원에 모든 행정절차와 대기과정을 치른 후에 찾아가도 병원의 ‘치료’ 프로그램이 완벽한 배신을 해버립니다. 이런 일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어머님. 아직 한국에서는 큰 병원의 정신과 폐쇄병동이나 내과 입원병동에서 열 살 ㅇㅇ이의 거식증을 알아서 제대로 ⎼ 과학적이고 윤리적으로 ⎼ 치료해 주리라고 맹목적으로 믿으셔서는 안 됩니다. 의료진이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아이를 치료할 계획인지 분명히 따져 물으셔야 합니다. 아버님, ㅇㅇ이의 문제는 단순히 남부끄러운 의지박약도 아니고 어떤 못된 정신병이 아이의 자아를 갈취해 버린 것도 아닙니다. 고작 열 살짜리 아이를 정신과 일반 폐쇄병동에 성인 환자들과 함께 가둬둔다고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는 오래 아물지 않을 트라우마만 갖고 돌아올지 모릅니다. ”
아이의 부모는 죽어도 먹지 않겠다는 아이와 최악의 상황을 겪은 날에도 회사에 가야 합니다. 다른 자녀도 돌봐야 하지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와 가족을 편견 없이 이해하거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나, 전문적 자원을 제공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보건복지부도 섭식장애는 우리나라에는 거의 드문, 우리와는 무관한 질병이라 결론내렸습니다. (*편집자 주: 보건복지부는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정신질환실태조사에서 2016년부터 섭식장애 유병률을 조사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섭식장애라는 없는 질병으로 아이들이 삶을 포기하고 심각한 경우 죽음에 이른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고 따라서 귀 기울일 필요가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혹은, 출생율 저하는 국가적으로 무섭고 심각한 일이지만, 일단 태어난 아이들에 대해선 부모나 가족이 응당 책임을 질 것이지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없다고 보는지도요.
오랫동안 섭식장애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홍보해온 대학병원은 어린 거식증 환자에게도 입원치료를 권유합니다. 그것이 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기에, 설득될 수밖에 없는 부모가 아이를 입원시킨 곳은 결국 다양한 병증의 성인 환자들이 머무는 일반 정신과 폐쇄병동입니다. 그곳은 여느 다른 국내 정신과 폐쇄병동이 그렇듯 시설도 좋지 않고 일손도 부족합니다. 다른 환자들이 탁구대를 식탁 삼아 식판을 올려놓고 밥을 먹고 교대근무 간호사는 그들을 감독하느라 바쁠 때, 아이는 식탁 대용으로 쓸 만한 것이 없어 멀찍이 떨어져 앉아 혼자 밥을 먹습니다.
섭식장애 환자에게 특별히 추가되는 조치는 식판 위에 떡하니 붙여놓은 하루 처방 칼로리 양과, 식사를 마친 뒤 두 시간 동안 “일부러 칼로리를 태우지 못하도록”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한다는 규칙 뿐입니다. 실수로 음식을 바닥에 흘리면 음식을 덜 먹으려는 수작이므로 당장 바닥에 주워 물에 헹궈 먹으라고 지시합니다. 모든 조치는 ‘부모님도 동의하신 일’이라고 합리화됩니다. 의료적 개입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서지요. 아이가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 부모님이 의료진을 불신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또 다른 병원에서는 아이가 먹지 않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격리 조치를 시켰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과연 이것이 섭식장애 치료일까요? 저는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분노로 몸서리쳐집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정말 단 한 명의 의료진도 ‘이게 정말 맞는 일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았는지 저는 궁금합니다.
섭식장애는 단순히 아이의 의지를 굴복시켜 음식을 먹게 한다고 치료되는 것이 아닙니다. 떨어뜨린 음식을 주워 먹게 하거나 격리 같은 징벌적 조치가 아이들의 ‘못된 마음’을 꺾는 게 아닙니다. 그 모든 무지한 조치들에 아이들은 흐느끼며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려버립니다. 호주의 한 활동가는 저의 이야기를 듣고 “Ignorance(무식해)! Ignorance! Ignorance!”라고 말했습니다. 섭식장애는 어쩌면 정의와 윤리에 관한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정신과 치료 과정 중에 일어나는 피치 못할 부적격성, 불완전함, 현재로선 눈 감을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의료진 개개인의 윤리의식이나 성찰능력 탓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역기능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면 어째서 시스템을 그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재구성해보려는 시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 걸까요?
아이들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가족들이 적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한 정신과 의사는 “섭식장애의 원인은 사회정책이 아니라 애착과 트라우마”라며 “사회적 제도를 만든 영국과 일본에서 섭식장애가 사라졌나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어떤 정신과 의사는 얼마 전 있었던 정신과 입원병동 내 격리 강박 사건과 관련해 일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가리켜 ‘실제 임상 현실을 모르고 나르시시즘적으로 주창한 법’이라 비꼬기도 했지요.
지금 이곳에 인기 있는 K-메디컬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홍익인간적인 의대 교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섭식장애에 관한 한 한국의 현 의료시스템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이고요.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치료와 케어 시스템을 새로 구상하고 조직하고 조립해 나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섭식장애라는 이 가장 현대적인 고통이 우리의 새로운 미션을 위한 최고의 기점이 되어줄 지도요.
▼ 박지니 작가
▶ 플랫 입주자 프로젝트 - ‘섭식장애 마주보기’ 의견 남기기
( )
구미이혼전문변호사 변호사마케팅 수원대형로펌 수원강간변호사 용인불법촬영변호사 의정부성범죄전문변호사 수원흥신소 수원형사전문변호사 성남대형로펌 용인음주운전변호사 인터넷설치현금 네이버 상위노출 암요양병원 폰테크 의정부음주운전변호사 김해이혼전문변호사 수원흥신소 성남음주운전변호사 협의이혼 홈페이지 상단노출 재산분할 용인강간변호사 수원변호사 수원검사출신변호사 수원개인회생 네이버 홈페이지 상위노출 분당성추행변호사 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 변호사 마케팅 출장용접 양주학교폭력변호사 수원형사변호사 평택학교폭력변호사 수원소년범죄변호사 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 웹사이트 상위노출 네오뱅크 의정부변호사 문해력 책 부장검사출신변호사 경주이혼전문변호사 수원형사변호사 비닉스구입 해시드김서준 중고트럭매매 성남음주운전변호사 의정부학교폭력변호사 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의정부형사전문변호사 안양법무법인 분당성추행변호사 사이트 상위노출 의정부음주운전변호사 수원강간변호사 창원이혼전문변호사 수원이혼전문변호사 피망머니상 의정부이혼변호사 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 양주학교폭력변호사 여성최음제구매 의정부학교폭력변호사 재산분할 네이버 웹사이트 상위노출 수원소년사건변호사 분당강제추행변호사 분당불법촬영변호사 인천흥신소 의정부상간소송변호사 가전내구제 수원이혼전문변호사 팔팔정구입 성남성범죄전문변호사 남양주대형로펌 의정부법률사무소 발기부전치료제구매 안양대형로펌 수원성범죄변호사 안산학교폭력변호사 용인음주운전변호사 수원개인회생 조정이혼 인터넷비교사이트 소액결제대행사 안양학교폭력변호사 의정부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용인소년법전문변호사 기업판촉물 카마그라구입 고양이혼전문변호사 수원법무법인 남양주법무법인 성남대형로펌 의정부이혼전문변호사 백링크 피망머니상 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 의정부법무법인 한게임머니상 네이버 웹사이트 상위노출 용인강간변호사 남양주학교폭력변호사 성남성범죄변호사 의정부성범죄전문변호사 안양대형로펌 폰테크 홍콩명품쇼핑몰 홈페이지 노출 신용카드박물관 해시드 프릴리지구매 안산학교폭력변호사 남양주학교폭력변호사 구미이혼전문변호사 수원이혼전문변호사 용인소년범죄변호사 상간소송변호사 용인강간변호사 인터넷가입현금지원 웹사이트 상위노출 구리학교폭력변호사 수원학교폭력변호사 인스타 팔로워 인천흥신소 카마그라구입 양육권 프릴리지구매 용인강간변호사 상간녀소송 용인성범죄전문변호사 의정부성범죄변호사 분당강간변호사 분당강제추행변호사 분트 수원성범죄변호사 당일폰테크 백링크 수원형사변호사 프릴리지구입 용인강간변호사 인터넷비교사이트 수원상간소송변호사 여성최음제구입 의정부성범죄변호사 구미이혼전문변호사 구리학교폭력변호사 수원이혼전문변호사 폰테크 평택학교폭력변호사 의정부이혼전문변호사 사이트 상위노출 네이버 사이트 상위노출 폰테크 해시드 의정부음주운전변호사 분당강제추행변호사 인터넷가입 분당강제추행변호사 안산음주운전변호사 의정부형사전문변호사 의정부이혼전문변호사 용인이혼전문변호사 카마그라구입 네이버 사이트 상위노출 수원성범죄변호사 의정부학교폭력변호사 용인촉법소년변호사 폰테크당일 백링크 수원이혼전문변호사 인터넷비교사이트 안산이혼전문변호사 의정부음주운전변호사 용인성범죄변호사 폰테크 수원형사변호사 의정부이혼변호사 명품레플리카사이트 의정부이혼변호사 구리학교폭력변호사 백링크 구구정구입 네이버 사이트 상위노출 가전내구제 피망머니상 프릴리지구매 명품쇼핑몰 인터넷가입현금지원 명품레플리카 양산이혼전문변호사 구리학교폭력변호사 명품레플리카 이혼변호사 수원상간소송변호사 양주학교폭력변호사 포천학교폭력변호사 용인법무법인 용인강간변호사 의정부변호사 서울흥신소 수원강간변호사 수원이혼변호사 남양주법무법인 남양주음주운전변호사 남양주학교폭력변호사 남양주음주운전변호사 의정부변호사 인스타그램 좋아요 구매 성남학교폭력변호사 성남성범죄변호사 의정부성범죄변호사 용인성추행변호사 안양학교폭력변호사 의정부변호사 안양학교폭력변호사 상간남소송 여성최음제구매 안양이혼변호사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센트립구입 사이트 마케팅 폰테크 당일 부천이혼전문변호사 남양주이혼전문변호사 상조내구제 서울이혼전문변호사 상간녀소송 부산홈페이지제작 성남성범죄전문변호사 수원변호사 폰테크 이혼상담 해시드 양산이혼전문변호사 천안이혼전문변호사 수원변호사 용인성범죄전문변호사 용인성범죄변호사 성남학교폭력변호사 안양대형로펌 빠른이혼 해시드 프릴리지구매 용인법무법인 성남음주운전변호사 카마그라구입 조정이혼 프릴리지구입 네이버 홈페이지 상위노출 포천학교폭력변호사 인터넷가입 용인성범죄변호사 이혼상담 용인성범죄전문변호사 수원법무법인 이미테이션가방 칙칙이구입 재산분할 용인강간변호사 사이트 상위노출 경주이혼전문변호사 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 레플리카쇼핑몰 의정부형사전문변호사 차장검사출신변호사 오산개인회생 피망머니 용인소년재판변호사 용인성추행변호사 칙칙이구매 의정부부장검사출신변호사 해시드 성남상간소송변호사 유튜브 조회수 늘리기 서울흥신소 분당성추행변호사 수원음주운전변호사 성남이혼전문변호사 수원형사변호사 수원상간소송변호사 분당불법촬영변호사 웹사이트 상위노출 폰테크당일 소액결제정책 해시드 사이트 상위노출 의정부변호사 수원성추행변호사 병원 마케팅 수원형사전문변호사 명품샵 폰테크 카페 분당성추행변호사 성남이혼변호사 인터넷가입현금지원 가전내구제 남성진변호사 인스타 팔로워 구매 인터넷티비현금많이주는곳 웹사이트 상위노출 수원강제추행변호사 네이버 웹사이트 상위노출 분당불법촬영변호사 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 병원 마케팅 용인음주운전변호사 수원음주운전변호사 의정부형사전문변호사 의정부음주운전변호사 카마그라구입 수원성범죄변호사 효자동 센트럴에비뉴원 의정부학교폭력변호사 수원이혼변호사 사이트 상단노출 분당강간변호사 의정부이혼변호사 안양이혼전문변호사 개인회생대출 폰테크 수원불법촬영변호사 수원변호사 부천이혼전문변호사 수원변호사 용인상간소송변호사 안양학교폭력변호사 수원차장검사출신변호사 수원법무법인 조루치료제구매 의정부성범죄변호사 폰테크 폰테크 인스타그램 좋아요 안양이혼전문변호사 폰테크 사이트 팔팔정구입 인스타 팔로워 폰테크 수원성추행변호사 김해이혼전문변호사 발기부전치료제구매 신용카드박물관 수원불법촬영변호사 네이버 웹사이트 상위노출 용인대형로펌 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 구리학교폭력변호사 네이버 홈페이지 상위노출 인터넷설치현금 사이트 마케팅 발기부전치료제구입 내구제 인터넷설치현금 수원학교폭력변호사 수원성범죄변호사 부천이혼전문변호사 내구제 국어시험 의정부형사전문변호사 분당강간변호사 의정부이혼변호사 의정부형사전문변호사 인터넷설치현금 랜덤채팅 수원이혼전문변호사 용인이혼변호사 용인법무법인 수원학교폭력변호사 여자레플리카사이트 성남상간소송변호사 안양이혼전문변호사 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포천학교폭력변호사 포천학교폭력변호사 승소사례 용인성추행변호사 의정부변호사 홈페이지 상위노출 수원법률사무소 수원성범죄변호사 성남대형로펌 레플리카사이트 수원음주운전변호사 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 수원불법촬영변호사 의정부형사전문변호사 검사출신변호사 남양주학교폭력변호사 의정부이혼변호사 효자동 코오롱하늘채 폰테크 수원형사전문변호사 수원불법촬영변호사 빠른이혼 내구제 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홈페이지 상위노출 인스타그램 좋아요 늘리기 센트립구입 수원음주운전변호사 용인성추행변호사 수원성추행변호사 안양상간소송변호사 안산학교폭력변호사 병원코디네이터 용인상간소송변호사 출장용접 의정부대형로펌 안양이혼전문변호사 수원불법촬영변호사 수원촉법소년변호사 의정부법률사무소 비닉스구입 안양상간소송변호사 인터넷티비현금많이주는곳 의정부성범죄변호사 수원이혼전문변호사 이혼소송 인터넷가입현금지원 폰테크 상조내구제 안산이혼전문변호사 수원형사변호사 홈페이지 상위노출 네이버 웹사이트 상위노출 수원형사변호사 수원변호사 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 의정부상간소송변호사 분당성추행변호사 폰테크 성남성범죄변호사 남양주학교폭력변호사 조루치료제구매 생활지원사 수원이혼전문변호사 수원검사출신변호사 인스타 팔로워 구매 승소사례 네이버 사이트 상위노출 용인이혼전문변호사 고양이혼전문변호사 상간남소송 구미이혼전문변호사 용인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